한반도 중립화는 자주화 보다 상위의 개념
한반도 중립화(영구중립)를 주장하면 일부 사람들이 지금은 탈미·반미·자주화 운동에 집중해야 할 시기인데 자꾸 중립화를 주장하면 방향이 안 맞는 게 아니냐는 취지의 말을 한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는 탈미, 반미, 자주화가 중립화와 어떻게 다른지 그 용어의 정의를 살펴봐야겠다.
▲탈미는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보자는 것 ▲반미는 미국 패권주의에 단호히 반대, 적극적 탈미에 해당 ▲자주화는 주권국가로서 당당한 외교, 한반도 문제는 미국 등 외세가 아니라 우리가 결정한다는 뜻. 이렇게 놓고 보니 이 세 용어는 ‘자주화’로 통합된다. 그런데 중립화 운동은 자주화를 포함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운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왜 그런가?
나라가 자주화 되었다고 해서 평화로운 국가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란과 공화국(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두 나라는 대단히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나라다. 그런데 이 두 나라는 평화를 이룩한 나라는 아니다. 당연히 미국 때문이다. 바로 이 대목이다. 즉 중립화 운동은 자주화를 뛰어 넘어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중립국이 된다면 21세기형 새로운 중립국가가 탄생하는 것이다. 현재 영구중립국인 스위스나 오스트리아가 영구중립국으로 출발했을 당시에는 그들의 영토 규모도 규모지만 나라 자체가 워낙 힘이 없었고, 스위스는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타의에 의해 영구중립국이 되었고, 오스트리아는 2차 대전 전범국으로 종전 후 미,영,소,프 4대국에 의해 분할 점령당하고 있었는데 ,그들을 설득하여 군대를 철수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스스로 영구중립국의 길로 들어섰다.
과거 영구중립국으로 출발한 나라의 과정이 그렇다 보니, 중립국은 으레 작고 힘없는 나라가 주변 강대국에 읍소하고 청원하여 추진해야 하는 줄 알고, 그래서인지 우리의 한반도 중립화 주장이 오래 동안 통일운동을 해 온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어필되지 않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은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때다. 작고 힘없는 나라만 영구중립국이 되는 게 아니라 강력한 군사강국 경제적 강국도 영구중립국을 지향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걸 우리가 새롭게 선보이자는 것이다. 즉 한반도가 21세기형 영구중립국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한반도 북쪽의 공화국은 이미 강력한 핵무장 국가이고 한국은 경제력 13위, 군사력 5위의 강국이다. 이런 나라가 영구중립국이 되어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 어느 쪽과도 군사 동맹을 맺지 않고 영원히 전쟁 없는 나라로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도 영구중립국이 되어야 할 운명이다. 과거 역사를 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앞서 언급한 4대 강국에 둘려 쌓여 자칫 잘못하면 군사적 충돌이나 전쟁에 휩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주장이 어느 분의 말처럼 탁상공론일 수 있다. 공화국은 중립국이 되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한국이 문제니까 말이다.
한국은 해방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미국 패권주의 정책에서 자유로운 정부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정부여야만 중립화든 뭐든 가능할 것이기 그렇다.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중립화 운동의 대중화를 서둘러야 할 이유다. 그것을 바탕으로 여론을 크게 조성하여 그 힘으로 정치권을 압박하여 우선 한국의 중립화부터 실현해야 한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권이 여론의 거센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더 좋은 것은 공화국이 먼저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이 중립화를 거부할 명분이 사라진다. 이는 또한 미국 입장에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다. 더 이상 ‘북한의 위협’이라는 약을 팔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한반도 중립화 운동은 강력한 자주화 운동이면서 동시에 자연스럽게 연방제 통일로 이어질 것이며, 전쟁 없는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는데 핵심적인 운동이다. 그러니 탈미, 반미, 자주화를 모두 담고 있으며 그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운동이라고 말한 것이다. 모두 함께 합시다!